근로자가 퇴사하기 전,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병원 기물을 파손한 경우 병원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과 근로자가 병원에 지급하여야 하는 손해배상액를 서로 상계처리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상계”란 쌍방이 채무를 가지는 경우 대응액만큼 소멸시킨다시는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임금과 마찬가지로 퇴직금 역시 근로자의 생존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퇴직금을 압류하거나, 담보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상계처리 역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판례 및 행정해석을 살펴보고, 다른 경로를 통한 해결방안이 존재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과거와 현재의 판례 및 규정의 변화
▶ 근로자 동의가 있다면 가능할 수 있음
(대법원 2001다25184 판결) 과거에는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금과 사내대출금을 상계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하여 상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며, 근로자의 동의가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이루어졌을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내용입니다.
▶ 202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 이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금의 지급 및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개정되었습니다.
이 개정으로 인해 퇴직금은 전액을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원칙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퇴직금에서 공제하여 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지됩니다.
2. 퇴직연금도 마찬가지일까?
▶ 확정기여형(DC형)의 경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퇴직연금복지과-1808)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최소한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공제에 관하여 규정된 사항이 없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부담할 부담금에서 근로자의 채무를 상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확정기여형(DB형)의 경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퇴직연금복지과-1808) 이 법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그 목적이 있고, ...중략... 근로자의 의사에 따른 동의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직급여의 공제 또는 상계는 제한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3. 해결방안은?
▶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근로자가 동의를 한다 해도 퇴직금과 근로자 채무를 상계처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적 규제와 근로기준법의 원칙을 준수하여 근로자의 동의와 관련된 상세한 절차를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다른 임금채권(예를 들어 월급 등)과 상계처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퇴사이후의 근로자 퇴직금청구권 포기는 유효
(대법원 2018다21821 판결)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지만, 퇴직연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금지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퇴직 이후 근로자로부터 퇴직연금 청구권 불행사 동의서와 같이 퇴직연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서를 받으신다면 병원에 손해를 끼친 직원에게 퇴직연금을 주지 않아도 무방하다 볼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안마다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여 이와 관련한 서식 및 절차 등을 안내받으셔야 하는 점 강조드립니다.
글 노무법인 해닮 이동직 노무사 (010-324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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