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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사업자대출을 심사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자금 용도입니다.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운전자금인지, 시설자금인지에 따라 적용 금리, 한도, 필요한 서류가 모두 달라집니다.
특히 병‧의원 개원처럼 목돈이 한 번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이 구분을 잘못하면 불필요한 이자 부담과 사후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1. 운전자금, 매달 사라지는 ‘소멸성 자금’
운전자금은 사업을 굴려 나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비용입니다. 병‧의원을 기준으로 하면 월세, 인건비, 4대 보험료, 소모품 구입비, 병원 인수 시 권리금 등이 대표적인 운전자금입니다. 이 비용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산으로 남지 않고,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환재원이 앞으로 발생할 매출과 영업이익에 의존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일반적으로 시설자금보다 금리를 높게 책정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자금 사용 증빙입니다. 운전자금 대출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대출 실행 후 3개월 이내에 급여 이체 내역, 임대료 송금 영수증,세금계산서 등 실제 사용 내역을 증빙해야 합니다. 약정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면 향후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추후 대출 진행시 제한될수 있습니다.
2. 시설자금, 자산으로 남는 ‘투자성 자금’
시설자금은 한 번 투입하면 장기간 남는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자금입니다. 업무용 부동산 매입비, 병원 임차보증금, MRI·CT·초음파 등 고가 의료장비 구입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지출은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담보 평가가 가능하고, 회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됩니다. 그래서 동일한 신용도라면 시설자금이 운전자금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별 상이하나, 보통 운전자금대비 0.2~0.4% 낮음.)
다만 시설자금이라고 해서 전액을 대출로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총 소요자금의 85% 이내에서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는 15%이상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도 대출 실행 후 3개월 이내에 세금계산서, 매매계약서, 송금 영수증 등 실제 지출 증빙을 제출해야 시설자금으로 최종 인정됩니다.
3. 인테리어 비용은 운전자금일까, 시설자금일까
병원 인테리어는 많은 원장님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시는 부분입니다. 외형만 보면 당연히 시설투자로 보이지만, 법적인 자산 귀속 구조에 따라 분류가 달라집니다. 건물이 원장님 본인 명의인 경우, 인테리어 비용은 건물가치에 포함되어 고정자산으로 잡힙니다. 이때는 시설자금으로 취급되어 비교적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차한 건물에 시공하는 인테리어는 법적으로 건물주의 자산으로 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금융기관에서는 원장님 입장에서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고 보고 운전자금 성격으로 분류합니다. 같은 인테리어 비용이라도 ‘자가 건물인지, 임대 건물인지’에 따라 대출 상품과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꼭 유의하셔야 합니다.
4. 최근 강화된 ‘자금용도 관리’ 규제 흐름
최근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자금세탁 방지 등을 위해 사업자대출 자금용도 관리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대출 실행 시 자금용도 확인서 작성은 기본이고, 실행 후 3개월 이내에 실제 사용 내역을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제출된 증빙이 처음 약정한 용도와 명확히 다를 경우, 은행은 대출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일단 대출부터 받아 두고 나중에 용도를 바꾸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고 보셔야 합니다.
5. 개원·확장 준비 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
개원이나 확장을 준비하시는 원장님들께 권해 드리고 싶은 실무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개원 비용을 항목별로 정리하면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명확히 구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임차보증금, 의료장비, 인테리어, 권리금, 운영자금 등을 미리 나눠 두면 은행 상담 시 어떤 자금을 어떤 상품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한지 설계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또한 계약서, 세금계산서, 견적서, 계좌이체 내역 등 자금 사용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대출 실행 전부터 체계적으로 모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출이 실행된 뒤에 서류를 맞추려고 하면, 실제 사용 내역과 서류상 내역이 어긋나거나, 제출 기한을 놓쳐 곤란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금용도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면 사후 조치보다 ‘사전 상담’이 훨씬 안전합니다. 은행 담당자와 미리 상의하시면, 규정 안에서 가능한 조정 방안을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6. 금리만 보지 말고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사업자대출은 단순히 “금리를 얼마나 싸게 받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병원의 재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자금을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전략의 문제입니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금의 성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신다면 장기적으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강화되는 금융 규제에도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글ㅣ부산은행 여의도지점 유혁 팀장 010-307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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