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자신의 직접경험정보나 누군가를 통해 들은 간접경험정보이다. “어느 병원은 정말 친절해”와 같은 직접경험정보, “어느 병원은 정말 형편없다고 그러더라”등의 간접경험정보들은 입소문의 기본이 된다. 이런 구전(口傳)을 단순히 수다 수준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입소문의 효과가 무서운 것은 ‘정보의 확대, 재생산에 따른 과장의 효과’ 때문이다.
입소문, 주체에 따라 효과 달라져
그런데 이런 입소문의 효과는 누구에 의해 시작되고 매개되는가에 따라 강도의 차이가 난다. 같은 얘기라도 100명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2-3사람에게 그치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를 흔히 ‘Big Mouth’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등 지역에 대한 정보를 그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 입에서 생산되는 입소문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더욱 신뢰를 받고 영향력을 더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빅 마우스 효과’를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찜질방, 택시, 노인정, 부녀회 등 지역정보에 밝은 소위 토박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에 집중 홍보하는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당 백’의 홍보효과를 발휘한다.
아줌마 계층, 택시기사를 잡아라
그렇다면 빅마우스의 대표주자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먼저 ‘아줌마’로 일컬어지는 주부층이 있다. 전자밥솥으로 유명해진 ‘쿠쿠’의 성공에서 아줌마 계층의 파워를 알 수 있다. 대기업 밥솥보다 30%정도 비싼 중소기업 제품이 단숨에 업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워낙 밥맛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였다는 것이다. 특히 아줌마계층은 쉽게 남의 의견에 동조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두 번째는 유통업자, 택시기사와 같은 소규모 단체가 뽑힌다. SM5가 소나타의 아성을 위협하는데는 택시기사의 힘이 컸다. SM5를 선택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택시기사가 좋다고 해서’가 실제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빅 마우스’효과에 집중하는 것은 때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긍정적 구전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퍼지기 마련이지만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내용은 과장의 정도가 심해져 악성루머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네티즌의 힘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우리나라의 경우 왜곡된 정보의 유통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전마케팅 위해 고객 심리 읽어야
효과적인 구전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의 심리, 나아가 빅마우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5가지 사례를 통해 고객심리의 특성을 알아보자.
● 다수를 존중하는 소비자
“부장님도 그 병원 가서 치료했다구하던데…”, “그 병원을 찾는 환자가 하루에 100명도 넘는다더라”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언뜻 그냥 듣고 넘어갈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는 말들이다. 그 이유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나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불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 안에 속하면 안심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번은 고민해야 할 것이 ‘어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것인가’다. 누구에게나 식당에 들어갔었는데 손님이 한명도 없어 불안했던 적이 있다. “어? 왜 나만 여기 왔지? 여기 무슨 문제 있는 곳인가”라는 생각을 누구라도 당연히 했을 것이다. 식당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어딜 가든지 누구 한사람이라도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안심이 되는 반면 혼자 있으면 불안하게 된다. 막차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하철 플랫폼에 자기 혼자 서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상당히 불안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 결정 내려주길 바라는 소비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결정에 대한 자신감이 비교적 약하다. 동양문화권이 대체로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인의 심리에 대해 보고한 한 외국 논문은 한국인에 대해 “고립된 자아적 성격이 강하며 이러한 고립된 느낌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외부 사람들에 대한 정보에 의지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자기 것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흥기획이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에 대해 주위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사는가?”라는 설문을 한 결과 60% 이상이 ‘그렇다’라는 응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가정의 주 구매자인 여성인 경우 70% 가까운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다수의 정보에 의존하여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 시키고 안정감을 찾으려는 것은 한국 소비자의 특징이다. 소비자 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남과 이웃의 소비를 따라한다’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5점 만점에 평균 3.5점을 나타냈다고 한다. 즉 , 타인에 대한 정보가 소비나 구매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입소문의 효과는 누구에 의해 시작되고 매개되는가에 따라 강도의 차이가 난다. 타인 정보를 의존함에 있어서 같은 얘기라도 아줌마 등 ‘Big Mouth’를 통해 듣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비교’에 약한 소비자
'옆집 아저씨는 OO내과 다니면서 속 쓰린 거 싹 나앗다던데…”, “편집팀에 김 대리는 OO병원 가서 첫애 낳고 아기옷 선물 받았다나봐.” 소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남’에 대한 얘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남’에 대한 얘기는 곧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유발하는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욕구 유발 정도는 앞서 말한 빅마우스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다그칠 때나 기업체에서 직원들을 야단칠 때도 이 ‘비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결국 비교는 결국 우열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며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서열 가리는 것을 좋아한다. 학창시절 새 학기가 시작된 교실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암묵적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 힘이 센 아이, 가장 예쁜 아이 등의 주제로 나름대로 비교해 순위를 매긴다.
처음 만나는 동호회 모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 동호회 경력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야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가 어린 것 같은데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제가 한 살 많지만 동호회 활동을 오래 하신 선배시니 그냥 친구처럼 대하세요”라는 대화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의 광고를 봐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국내 최초가 아닌 상품이 없을 정도다. 이런 사람들의 습성으로 인해 ‘비교’를 통한 서열 매기기 만큼 우리나라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보기 드물다.
입소문을 발생시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그 지역에 대한 최고의 정보통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음식점에서부터 관광지, 심지어는 시설 좋은 찜찔방까지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비교기준을 가지고 서열을 매겨놓았다가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병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A병원은 B병원에 비해서 시설은 좋지만 서비스가 엉망이라 갈 곳이 못된다”, “시장님이 저 병원을 간다던데…”라는 두 문장을 살펴보면, 첫 번째 문장은 토박이가 나름대로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사람들을 설득하는 양상이고 후자는 시장이라는 지위 높은 사람이 갈 정도면 좋은 병원인데 왜 당신은 가지 않냐고 자존심을 긁어 모방하게끔 ‘비교’하는 상황이다.
남과의 비교는 상당히 미묘한 느낌을 준다. 사람마다 기준이 틀리고 비교대상도 틀리겠지만 상대방이 행동하는데는 아주 확실한 동기를 유발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병의원 서비스의 경우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극명하게 비교, 대조되고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비교의 기준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모방하려는 소비자
어떤 집단으로부터 따돌림 받는 것, 소위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주류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들은 자연스레 자동적인 모방과 무의식적인 추종으로 이어지는데, 말 그대로 무의식적인 추종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
“내가 이 행동을 모방했을 때 나에게 얻어지는 이익이 무엇인가?”라고 자문하며 득실을 따지기 전에 본능적으로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이들의 행동양식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집단 최면 효과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모방심리를 잘 자극해 성공한 기업도 많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었던 의상이나 악세사리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이 부츠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가격이 얼마인지, 자신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평소 “패션리더였던 스타 배우가 실제로 신고 다니는데다 웬만한 동료들은 다 가지고 있는 건데 나만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빠른 확산의 배경에는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집단에서 이탈되어 소위 따돌림 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형수술의 붐, 원정출산의 붐, 금연열풍 등도 이런 심리 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의료소비자들도 병의원을 선택할 때 무의식적인 모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류집단 중 하나인 빅마우스들이 어느 병의원을 자주 가느냐는 외지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중요한 행동 기준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 직접 접촉을 원하는 소비자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물건의 신뢰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다른 물건과 비교해 본 다음에야 구매를 결정했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생략하고 화면상에 나타난 이미지 하나만 보고 구매를 결정했으니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 불안함이 현실이 되어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일반적으로 컴플레인의 경우 ‘이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하지 않는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회사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유는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일을 확실하게 해결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성향이 대면접촉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방문판매’의 건재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열풍이 불면서 병의원은 물론 약국에서까지 건강기능식품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한창 노력중이지만, 거대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대부분은 방문판매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사람을 직접 만나 영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병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의료소비자는 대면접촉을 통한 신뢰감 형성과 스킨쉽을 통한 휴머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면접촉 파트에서 고객접점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접점의 기회를 확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비실 앞 게시판에는 각종 건강강좌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지역 의원급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진료실 밖에서 지역주민들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신뢰감과 휴머니티를 쌓고 환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원장은 지역주민들의 성향파악은 물론 의원에 대한 칭찬, 불만 등을 생생하게 듣고 병의원 경영에 반영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지역의 ‘빅마우스’들의 신뢰까지 얻게 돼 엄청난 홍보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 직원들을 통해 환자들의 얘기를 전해 듣는 것은 ‘정보의 왜곡’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이 직접 나서서 환자들을 만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대면접촉과 접점에서 고객관리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홈페이지를 오히려 없애는 의원들도 많아졌다. 소홀하게 관리할 경우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건 온라인에서건 지역주민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이해할 때에 비로소 고객이 요구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브랜드 파워’ 밑바탕 돼야
중요한 것은 이런 심리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류집단의 선호도 파악, 즉 니즈파악이 선행돼야 하며 자신의 병의원이 일정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ㅍ주류집단이 아무리 좋은 말로 자신이 다니는 병의원을 칭찬해도 듣는 사람이 그 병의원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심리작용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상징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한데,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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