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원은 어느덧 일종의 개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고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서로 간의 견제로까지 번지는 서울에서의 개원보다는 신생 개원지이자 모두가 ‘0’에서 시작하는 곳인 신도시에서의 개원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신도시 개원에서 성공적인 개원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요건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흔히 ‘먼저 깃발 꽂기’라고 말하는 선점이다. 선점은 정말 신도시에서의 성공개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일까?
신규 개원의 희망후보지
모 컨설팅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 신규 개원의들이 가장 선호하는 개원지는 단연코 ‘신도시’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시가지에는 이미 많은 선배들이 수년 동안 자리를 잡고 개원하고 있는 만큼 늦게 개원하는 후배 개원의들로서는 그들과 경쟁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환자들 역시 새로 문을 연 치과보다는 이미 다니던 치과를 더 신뢰하기 마련이고, 또 새로 치과를 찾을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의 자문을 구해 더 신뢰할 수 있을만한 치과를 찾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신환에 의지해야하는 신규 개원의들에게 기존 시가지는 어렵기만 한 곳이다.
하지만 신도시의 경우는 이와 상황이 달라진다. 입주 초반에는 먼 거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존에 다니던 치과를 고집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지역 내의 치과 중에서 자신이 앞으로 믿고 다닐만한 곳을 찾게 된다.
환자들은 주변에 넘쳐나는 치과 중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한 곳을 결정하여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의 진료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그곳은 곧 그 환자의 치과가 된다. 환자가 치과에 처음 방문한 후 그 환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다시 말해 재진율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진료서비스를 가지고 있다면 선점한 치과는 무난한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신도시 주민들, 치과 선택은?
입소문이 치과 선택의 큰 이유가 되는 기존 시가지와 달리 신도시에서 입소문은 한참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시에서의 개원은 ‘선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신도시에 입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이사를 오기가 무섭게 치과를 찾기 보다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 그곳에 익숙해지고 마음의 여유와 함께 물질적 여유가 생겼을 때 치과를 찾는다. 치과 선택의 시점에서 입주 단계부터 꾸준히 눈에 띄었던 치과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신도시 주민들이 치과를 선택하는 기본적인 채점 항목인 치과의 규모와 인테리어, 접근성 등을 간과할 수 없지만, 그것 역시 치과 이름의 노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일반 상품의 마케팅에서는 ‘상표 노출’이라고 표현하는 이것은 치과 선택에 있어서도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도 신도시 개원에 있어서의 선점이 가지는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마케팅 활동도 비교적 자유로와
한 개원입지 전문 컨설턴트는 신도시 선점 개원 시 장점 중 하나로 선점 시 지역 내 비보험 진료의 수가를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기존 시가지에 비해 마케팅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았는데, 잊지 말아야할 것은 비교적 자유롭다는 뜻이지 도를 넘어선 불법 광고나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과대광고나 허위광고를 했을 경우, 그러한 광고를 통해 환자가 찾아온다 할지라도 그 광고가 과대 포장되었거나, 거짓 내용을 말한 것이라는 r것을 알고 나면 오히려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불신만 심어주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신도시 개원이 초기에는 입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은 신도시의 특성상 주민들 간의 정보교류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도시 상가 분양, ‘그림의 떡’
이 외의 갖가지 이유로 ‘선점’은 이제 신도시 개원 시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선점’이 쉽지 않은 것이 개원가의 현실이다. 좋은 개원입지에 선점을 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야말로 ‘선점’을 해야하는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전문가가 아닌 이상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찾아가 어느 위치의 상가가 좋은 위치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상가투자자들에 비해 개원의가 좋은 입지를 찾을만한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정보를 얻게 되었다 하더라도 불안감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마련이다.
어려운 점은 이 뿐이 아니다. 신규 개원의들은 개원 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신규 개원의들에게 신도시 상가의 분양계약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는 비단 신규개원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존에 다른 지역에서 개원을 하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신도시 상가의 분양가가 워낙 높은 까닭에 좋은 상권의 상가를 분양 받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자금에 여유가 있어 미리 분양 계약을 한다고 해도 1년여에 달하는 공사기간이 있기 때문에 향후 거취가 불확실하다는 또 다른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게다가 분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개원을 실패할 경우 상가처분이 매우 어려워져 투자로서의 상가 분양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신도시에 남보다 먼저 개원해 선점효과를 누리는 것은 선점을 통해 얻게 되는 장점만큼이나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일찍 개원했지만 의외로 어려움 적어”
그렇다면 신도시에 남보다 일찍 개원해 선점을 하고, 성공적인 개원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신도시 개원 선배들은 어땠을까?
남양주 OO치과는 주변의 상가 건물들이 한창 공사 중일 때 개원했다. 심지어는 개원 중인 빌딩에도 OO치과 외에는 약국과 소아과, 이비인후과만이 영업 중이었다고. OO치과가 개원한 후 6개월이 지나고서야 옆 건물에 다른 치과들이 개원을 시작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빠른 선점이었는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OO원장은 “전문가마저도 1년은 고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꽤 이른 선점이었다”고 개원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스스로는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또한 장기적으로도 분명히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OO치과의 개원 후 6개월 지난 뒤 주변의 치과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지금은 10여개의 치과가 동일 상권에 개원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은 입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환자보다 한 발 앞서 생각해야”
하지만 선점을 통해 성공적인 개원에까지 이른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단순히 선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선점이냐, 후발이냐의 차이보다는 선점 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남양주 OO치과의 OO원장은 “신도시 환자들의 경우 진료를 결정하기까지의 탐색기간이 매우 길다”며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기간이라 할 수 있는 그 탐색기간 중 환자가 원하는 바를 채워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쉽게 탈로날 수 있는 과대광고는 금물이라고. 자칫하면 환자들에게 불신감만 심어주어 기본적으로 의료기간이 갖추어야 할 환자의 신뢰를 잃게 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그는 또한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보다 한 발 앞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다 알 것 같지만 진정으로 알지 못하므로 알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도시 개원가의 경쟁은 기존 시가지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치열해 지고 있다. 이제 개원 이후 뿐 아니라 개원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경쟁에서 ‘선점’은 어느 정도 우위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러한 ‘선점’을 통해 타 치과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갖추지 않는다면 그 우위는 곧 사라지게 된다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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